We make Board Games!

이 곳은 자유게시판입니다.

Scribble Views 97336 Votes 0 2008.10.17 18:38:50
글쓰기 테스트중입니다.


나는 실패입니다. 내 얼굴은 모과처럼 참 못생겼지요. 눈물을 질질 잘 짜기도 하고, 땅을 치며 통곡을 잘하기도 합니다. 물론 술, 담배도 잘하지요. 단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이지요. 어떤 때는 마음이 너무 울적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훌쩍 뛰어내려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달려오는 지하철로 몸을 휙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부르르 떨기도 한답니다. 얼마 전엔 남산타워에 올라가 서울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창을 부수고 몸을 날려버리고도 싶었습니다.

나는 실패인 나 자신을 쳐다보기도 싫답니다. 하루하루가 견딜 수 없는 날들이지요. 도대체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답니다. 세상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가 또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쓸모가 있어야 남에게도 쓸모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는 어느 날 나 자신을 죽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떻게 죽일까 몇 날 며칠을 두고 곰곰 생각하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게 싫어 그냥 나 혼자 조용히 썩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는 내 얼굴처럼 못생긴 모과가 되어 어느 집 응접실 한쪽 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썩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썩어간다는 것은 큰 고통이었습니다. 자기 몸의 일부가 하루하루 썩어문드러진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처음에 결심한 대로 나를 죽이는 일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그 열매를 거둘 수 없다'는 성경 말씀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내 영혼마저도 하루속히 썩어 사라질 날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더군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참 좋은 향기가 난다는 거에요.

"이 모과향 정말 좋다. 어디서 났니? 요즘은 구하기도 힘들잖아. 난 이런 은은한 향기가 종말 좋아."

참으로 뜻밖의 말이었어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좋은 향기가 난다니!
나는 그때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얘야,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단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sort
Notice Notice about the use of a free board. [Level:30]Piece Craft Nov 21, 2008 815892
192 Scribble 토론토 류현진 데이 만들다 [Level:1]김병만 Jan 23, 2020 18640
191 Scribble 그 때 그 시절 [Level:3]박제가된천재 Jun 08, 2018 18640
190 Scribble 사이다 [Level:3]박제가된천재 Jun 11, 2018 18638
189 House Rule 선택 [Level:2]마음의향기 Feb 19, 2019 18603
188 Strategy 참외 농사 짓는 신혼부부 [Level:2]마음의향기 Feb 18, 2019 18596
187 Scribble 하아아아아아잇 [Level:1]커뮤니 Sep 11, 2020 18489
186 Scribble 얼른 금요일이 왔으면 ㅎㅎ... 한글날만 기다리네요 [Level:0]세아니 Oct 06, 2020 18478
185 Scribble 라면 요리의 달인 [Level:2]마음의향기 Mar 04, 2019 18469
184 Scribble 악령이 깃든 피망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12, 2018 18427
183 Scribble 태풍피해 [Level:1]커뮤니 Sep 09, 2020 18326
182 Scribble 아파트값 감동적이야~~~ ㅠㅠ [Level:2]마음의향기 Feb 22, 2019 18240
181 House Rule 아빠 엄마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03, 2018 18209
180 Scribble 철저하게 계산된 친절함 [Level:2]마음의향기 Feb 20, 2019 18146
179 Strategy 라면 요리의 달인 [Level:2]마음의향기 Feb 15, 2019 18146
178 Scribble 혼자 림보하는...ㄷㄷ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25, 2018 18128
177 Scribble 기사잡네그랴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23, 2018 18067
176 Scribble 16800원에 술.안주 무제한 [Level:2]마음의향기 Feb 21, 2019 18048
175 Scribble 공중에서 본 무지개 [Level:1]김병만 Jan 30, 2020 17953
174 Scribble 한글자로 감성파괴 [Level:3]박제가된천재 Jun 14, 2018 17911
173 Scribble 부산 사람은 맞추는 문제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13, 2018 1788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