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make Board Games!

이 곳은 자유게시판입니다.

Scribble Views 98942 Votes 0 2008.10.17 18:38:50
글쓰기 테스트중입니다.


나는 실패입니다. 내 얼굴은 모과처럼 참 못생겼지요. 눈물을 질질 잘 짜기도 하고, 땅을 치며 통곡을 잘하기도 합니다. 물론 술, 담배도 잘하지요. 단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이지요. 어떤 때는 마음이 너무 울적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훌쩍 뛰어내려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달려오는 지하철로 몸을 휙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부르르 떨기도 한답니다. 얼마 전엔 남산타워에 올라가 서울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창을 부수고 몸을 날려버리고도 싶었습니다.

나는 실패인 나 자신을 쳐다보기도 싫답니다. 하루하루가 견딜 수 없는 날들이지요. 도대체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답니다. 세상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가 또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쓸모가 있어야 남에게도 쓸모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는 어느 날 나 자신을 죽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떻게 죽일까 몇 날 며칠을 두고 곰곰 생각하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게 싫어 그냥 나 혼자 조용히 썩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는 내 얼굴처럼 못생긴 모과가 되어 어느 집 응접실 한쪽 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썩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썩어간다는 것은 큰 고통이었습니다. 자기 몸의 일부가 하루하루 썩어문드러진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처음에 결심한 대로 나를 죽이는 일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그 열매를 거둘 수 없다'는 성경 말씀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내 영혼마저도 하루속히 썩어 사라질 날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더군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참 좋은 향기가 난다는 거에요.

"이 모과향 정말 좋다. 어디서 났니? 요즘은 구하기도 힘들잖아. 난 이런 은은한 향기가 종말 좋아."

참으로 뜻밖의 말이었어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좋은 향기가 난다니!
나는 그때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얘야,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단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sort Views
Notice Notice about the use of a free board. [Level:30]Piece Craft Nov 21, 2008 856526
233 Scribble PC방 장사잘되려면ㅎㅎ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13, 2018 18105
232 Scribble 안녕하새연 [Level:1]안세균 Jul 16, 2018 15502
231 Scribble 신발 바꿔신어주는 남자?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20, 2018 17893
230 Scribble 기사잡네그랴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23, 2018 18883
229 Scribble 혼자 림보하는...ㄷㄷ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25, 2018 18969
228 Scribble 스님 여기서 이러시면 ...... [Level:3]박제가된천재 Jul 31, 2018 17792
227 Scribble 헐~울아빠 왜이래??ㅠㅠ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02, 2018 21374
226 House Rule 아빠 엄마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03, 2018 18798
225 Scribble 가입 [1] [Level:0]뜨돌 Aug 03, 2018 16543
224 Scribble 개발자의 카페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08, 2018 18417
223 Scribble 부산 사람은 맞추는 문제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13, 2018 18693
222 Strategy 세계에서 제일 짧은 국제 다리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17, 2018 16440
221 Strategy 잉크가 점점 안나옴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27, 2018 16251
220 House Rule 공부와 돈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28, 2018 16932
219 Strategy 차 지붕 위 불법조형물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03, 2018 15135
218 Strategy 옆동네 400만원짜리 피규어.jpg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18, 2018 14424
217 Strategy 여자 직원의 실수.jpg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19, 2018 14469
216 Strategy 나도 물 좀 마시자ㅎㅎ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20, 2018 14365
215 Scribble 요즘 편돌이들 오냐오냐 해줬더니 가관임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28, 2018 14912
214 Strategy 미국 초등학생 답안지 [Level:3]박제가된천재 Oct 01, 2018 1523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