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make Board Games!

이 곳은 자유게시판입니다.

Scribble Views 97087 Votes 0 2008.10.17 18:38:50
글쓰기 테스트중입니다.


나는 실패입니다. 내 얼굴은 모과처럼 참 못생겼지요. 눈물을 질질 잘 짜기도 하고, 땅을 치며 통곡을 잘하기도 합니다. 물론 술, 담배도 잘하지요. 단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이지요. 어떤 때는 마음이 너무 울적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훌쩍 뛰어내려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달려오는 지하철로 몸을 휙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부르르 떨기도 한답니다. 얼마 전엔 남산타워에 올라가 서울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창을 부수고 몸을 날려버리고도 싶었습니다.

나는 실패인 나 자신을 쳐다보기도 싫답니다. 하루하루가 견딜 수 없는 날들이지요. 도대체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답니다. 세상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가 또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쓸모가 있어야 남에게도 쓸모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는 어느 날 나 자신을 죽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떻게 죽일까 몇 날 며칠을 두고 곰곰 생각하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게 싫어 그냥 나 혼자 조용히 썩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는 내 얼굴처럼 못생긴 모과가 되어 어느 집 응접실 한쪽 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썩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썩어간다는 것은 큰 고통이었습니다. 자기 몸의 일부가 하루하루 썩어문드러진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처음에 결심한 대로 나를 죽이는 일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그 열매를 거둘 수 없다'는 성경 말씀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내 영혼마저도 하루속히 썩어 사라질 날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더군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참 좋은 향기가 난다는 거에요.

"이 모과향 정말 좋다. 어디서 났니? 요즘은 구하기도 힘들잖아. 난 이런 은은한 향기가 종말 좋아."

참으로 뜻밖의 말이었어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좋은 향기가 난다니!
나는 그때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얘야,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단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sort
Notice Notice about the use of a free board. [Level:30]Piece Craft Nov 21, 2008 812889
231 Scribble 넷플릭스 미드 러브,데스+ 로봇 [Level:1]팔미온 Aug 07, 2019 22319
230 Scribble 고구마를 너무 많이먹은 강아지 [Level:1]김병만 Feb 06, 2020 22140
229 Scribble 다섯번 놀랐읍니다 [Level:2]마음의향기 Mar 13, 2019 21939
228 Scribble 옛날 애니매이션 빙고게임 [Level:1]김병만 Feb 27, 2020 21571
227 Scribble 가입인사 드립니다. [1] [Level:0]shwna Nov 02, 2019 21536
226 Scribble 댕댕이 [Level:1]팔미온 Mar 12, 2019 21344
225 Scribble 이런 생일상 어떠신가요? [Level:1]김병만 Feb 10, 2020 21236
224 Scribble 추석 명절 인사 미리 드려요 [2] [Level:1]팔미온 Sep 09, 2019 21190
223 Scribble 너무 더워서 차가 녹은건가 [Level:2]마음의향기 Mar 12, 2019 21157
222 Scribble 부동산늬우스 [Level:1]커뮤니 Feb 11, 2020 21135
221 Scribble 가짜 무속인 잡는법.. [Level:3]박제가된천재 May 25, 2018 21124
220 Scribble 태국 격투기선수 이름은? [Level:2]마음의향기 Mar 08, 2019 21119
219 Scribble 휴지 사세요~~~ 잘 풀릴겁니다~~ [Level:2]마음의향기 Mar 11, 2019 20902
218 Scribble 오늘자 김연경 배구화 클로즈업 [Level:3]박제가된천재 Nov 26, 2018 20625
217 Scribble 정답은 무엇일까요 [Level:1]김병만 Feb 26, 2020 20599
216 Scribble 일본의 러브레터 뽑기 file [Level:1]팔미온 Jun 25, 2020 20565
215 Scribble 헐~울아빠 왜이래??ㅠㅠ [Level:3]박제가된천재 Aug 02, 2018 20478
214 Scribble 이상한 소문이 난 공익갤러.jpg [Level:3]박제가된천재 May 29, 2018 20458
213 Scribble 남자친구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것만은 알아주길 바란다 [Level:3]박제가된천재 May 30, 2018 20409
212 Scribble 유튜버들 뒷광고 때문에 난리네요 [Level:1]팔미온 Aug 07, 2020 203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