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make Board Games!

이 곳은 자유게시판입니다.

Scribble Views 103761 Votes 0 2008.10.17 18:38:50
글쓰기 테스트중입니다.


나는 실패입니다. 내 얼굴은 모과처럼 참 못생겼지요. 눈물을 질질 잘 짜기도 하고, 땅을 치며 통곡을 잘하기도 합니다. 물론 술, 담배도 잘하지요. 단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이지요. 어떤 때는 마음이 너무 울적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훌쩍 뛰어내려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달려오는 지하철로 몸을 휙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부르르 떨기도 한답니다. 얼마 전엔 남산타워에 올라가 서울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창을 부수고 몸을 날려버리고도 싶었습니다.

나는 실패인 나 자신을 쳐다보기도 싫답니다. 하루하루가 견딜 수 없는 날들이지요. 도대체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답니다. 세상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가 또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쓸모가 있어야 남에게도 쓸모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는 어느 날 나 자신을 죽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떻게 죽일까 몇 날 며칠을 두고 곰곰 생각하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게 싫어 그냥 나 혼자 조용히 썩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는 내 얼굴처럼 못생긴 모과가 되어 어느 집 응접실 한쪽 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썩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썩어간다는 것은 큰 고통이었습니다. 자기 몸의 일부가 하루하루 썩어문드러진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처음에 결심한 대로 나를 죽이는 일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그 열매를 거둘 수 없다'는 성경 말씀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내 영혼마저도 하루속히 썩어 사라질 날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더군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참 좋은 향기가 난다는 거에요.

"이 모과향 정말 좋다. 어디서 났니? 요즘은 구하기도 힘들잖아. 난 이런 은은한 향기가 종말 좋아."

참으로 뜻밖의 말이었어요. 썩어가는 나한테서 좋은 향기가 난다니!
나는 그때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얘야,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단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sort
Notice Notice about the use of a free board. [Level:30]Piece Craft Nov 21, 2008 923537
375 Scribble 안녕하세요 ^^ [Level:0]게임마스터 Jul 31, 2023 14762
374 Scribble 친정엄마 장례에 불참한 시부모님 [Level:1]감자님 Jan 18, 2024 14932
373 Scribble 동남아 조개에서만 나온다는 천연 로또 [Level:1]감자님 Jan 18, 2024 14991
372 Scribble 무심코 누른 링크, 그 안에 있던 건 [Level:1]감자님 Jul 21, 2023 15341
371 Scribble NC 종토방에 나타난 전문가 [Level:1]감자님 Jan 18, 2024 15660
370 Strategy 나도 물 좀 마시자ㅎㅎ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20, 2018 15995
369 Strategy 옆동네 400만원짜리 피규어.jpg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18, 2018 16080
368 Strategy 여자 직원의 실수.jpg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19, 2018 16164
367 Strategy 딸 충격먹지말고 들어 [Level:3]박제가된천재 Oct 15, 2018 16313
366 Strategy 빵순이의 광고와 현실 모드 [Level:3]박제가된천재 Oct 12, 2018 16848
365 Strategy 차 지붕 위 불법조형물 [Level:3]박제가된천재 Sep 03, 2018 16945
364 Strategy 미국 초등학생 답안지 [Level:3]박제가된천재 Oct 01, 2018 16983
363 House Rule 30초 식사 [Level:3]박제가된천재 Dec 14, 2018 17022
362 House Rule 엄마가 거기 있지 말랬지~ [Level:3]박제가된천재 Dec 03, 2018 17369
361 Scribble 내가 제일 똑똑한 남자.jpg [Level:3]박제가된천재 Oct 11, 2018 17374
360 Scribble 특이한 바베큐 소품 [Level:1]팔미온 Dec 03, 2018 17459
359 Strategy 군 복무로 얻은 가장 중요한 가치들.jpg [Level:3]박제가된천재 Dec 05, 2018 17518
358 Scribble 오늘도 어마어마한 대형선물들을 ㅎㄷㄷㄷ [Level:3]박제가된천재 Dec 12, 2018 17518
357 House Rule 약올리는 병무청 굳건이 [Level:3]박제가된천재 Nov 13, 2018 17537
356 Scribble 사과 인물 조각 [Level:1]팔미온 Dec 10, 2018 17580
XE Login